정확히 4년전 오늘 난 미용실에 갔었다.
동지날 이별을 선언한 남자친구를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에 봤다.
축 늘어진 나를 이끌고 무언가를 먹이겠다는 일념이 가득찼었다.
이대로 죽을 꺼냐고 그는 외쳤다.
다시 잘해 보자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난 아니 우리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기에 신경쓰지 말라 이야기 하고
집밖으로 쫓아 보냈다.
그리고 난 미용실에 갔다.
가서 앞머리를 내고 파라로 곱슬거리던 머리를 쫘악 폈다.
그럼 내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친구와 드라이브를 가서 코믹 사진을 찍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내가 정말 실연 당한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밤이 되어 친구와 계획했던 파티를 했다.
하지만 슬펐다.
그와 결판을 내러 가야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 왔기 때문이다.
그때도 사진을 한장 찍었는데 그 사진은 매우 퍽이나 슬퍼 보인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사람도 많은데 불구하고 기어코 가서 미용실 끝날때까지
머리를 말고 파마를 한 것이다.
오늘 아니면 머리할 시간이 좀처럼 있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그때까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4년전 오늘도 미용실을 갔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다.
이젠 정말 완전히 감정정리가 끝난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하다. 그때 그렇게 끝내길 잘 한 것 같다.
하지만 하필 크리스마스때 그렇게 헤어질 것은 뭐람...
그도 아마 매년 이맘때가 되면 기억 날 것이다. 하하하하...

오늘은 정말 어이 없는 일을 당했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아저씨가 말을 건다.
"크리스마스라 남자친구한테 선물 받겠네.."
"네? (난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못들었다.)"
"선물 받는 날이겠다고 남자친구한데..."
"아닌데요..."
"왜요?"
"남자친구 없는데요.."
"이쁘장하게 생겨가지고 남자친구가 없다는게 말이되요?"
"웃음..."
그러면서 말투를 들어 보니 여기 사람이 아닌것 같다고 한다.
난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는 딱딱한 표준어를 쓴다.
하지만 사투리를 쓰는 친구가 있음 그 친구와 같은 사투리를 구사한다.
그리고 태생이 서울이기도 하고 집도 거기니...당연 말투가 다른 것이다.
경기도가 집이라고 알려주자 아저씨도 인천에서 왔는데 젊어서 사업하다 실패해서
여기 와서 친구덕에 그러고 있다고 말씀을 하신다.
그런데 계속 말을 들어 보니 결혼을 하지 않은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경상도 남자들 만나지 말라고한다.
묵뚝뚝하고 자기만 알고 가정적이지 못하다느니..뭐 그렇게 이야기 한다.
난 이때까지 사귄사람들이 다 경상도 사람인데...헐~
그냥 나는 귀찮아서 "네...네"대답만했다.
목적지가 다 와서 잔돈을 받으려 하는데 아저씨가 명함을 준다.
그러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란다.
그냥 대화를 나누고 싶거나 술마시고 싶을때 전화하란다.
같이 대화도 하고 하자고...서로 타지 사람이니까.
자기는 여기 사람들을 잘 못사귀겠다고. 그래서 여자친구도 안만든다고...
물론 나는"네..네.."
하며 내렸다.
하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이거 뭐 이런게 다 있나 싶었다.
순간 시집가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남자친구 있다고 할 것을...
나이도 40은 넘었을 것 같은 사람이...아우 열받아.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싶다.
이곳에 처음 왔을때 처음 일한 학원에 머시기 40살 노총각 선생이 찝쩍거릴때랑 같은 기분이다.
아놔...이럴때는 그래 방패막이가 하나 있어야겠다는 필요성이 느껴졌다.
앞으로는 결혼 했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녀야겠다.

여자로 태어난게 너무 싫다.
우리나라는 여자의 몸으로 살아 간다는게 참 더럽고 치사하고 힘든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게 느껴진다.
이런 현실때문에 오늘 하루 좀 기분이 그렇다.

그런기분 그나마 머리를 해서 스트레스가 좀 풀린듯..
비록 획기적인 머리는 못했지만 그냥 그런데로 파마컬이 맘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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