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물을 좋아한다.
물만큼 마음이 넓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자연물이 드물다.
아무리 작은 구멍도 커다란 대양도 얼마든지 마음만 먹은대로 드나들 수 있으니.

사진을 올라고 알맞은 글을 써보려고 했으나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냥 물처럼 마음이 흐르는대로 사진도 그냥 흘려 올려본다.
사진의 제목은 물의 흐름의 성질에 따라 붙여 보았다.


Sujeong.보드라운 에메랄드.영주.2007
집앞 서천을 따라 걸으며 누군가의 집으로 향하며 찍은 사진이다.
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다가 나보다 높게 자리잡고 흐르는 물줄기를 보았다.
투명한 물넘어로 보이는 이끼가 만지면 보드라울 것만 같았다.


Sujeong.두려움.울진기성망양.2008
얼마전 다녀온 바다의 모습..물을 처음으로 두려워해 보았다.
매년 여름 갈적마다 밑에 있는 이쁘디 이쁜 모습으로 잔잔하게 치던 파도가
성난 동물마냥 거세게 일어나서 바위에 자신을 부딪치고 하얀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말하지 못할 상실감이 밀려 왔다.
얼마전 죽은 유명인들의 모습이 이와 같을까??
나때문에 맘 상한 엄마의 마음이 이와 같을까??
세상에 실망한 나의 모습이 저 파도와 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저렇게 부딪쳐서 하얀 포말로 사라진다면 어떨까?


Sujeong.잔잔함.울진기성망양.2007
마냥 투명하여 작은 유리잔에 담아서 보고싶은 충동을 느끼는 사진이다.
하지만 유리잔에 넣으면 파도가 일지 않으니 참아야지.


Sujeong.고요함.서울청계천.2008
청계천 징검다리에서 징검다리로 흐르는 잔잔하고 고요한 물소리를 들었다.
다리사이로 아무 불평없이 조용히 흐르는 모습에 위안을 얻고 왔다.


Sujeong.거꾸로 자라는 고드름.서울시청.2008


Sujeong.여름의 청량함.서울시청.2008.
5월의 어느날 동생과 함께 잠시 들린 광장에는 솟아 오르는 분수 사이를 뛰는 아이들이 보였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 흐르는 물은 그 모양새도 희안하다.
고드름을 키우듯 커다란 여름의 고드름을 잔뜩 키워 우리를 시원하게 즐겁게 한다.


Sujeong.졸졸졸.청량사.2008
기와를 이용해 물길을 잡아준 절에 계신 스님의 생각이 대단하다 여겼다.
지나칠 수 있는 실개울의 물을 한참을 바라보게 한다.
어찌도 빠르게 졸졸졸 순서대로 잘도 흐르는지...
다람쥐가 지나가다 마실 수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Sujeong.정갈함.청량사.2008

Posted by 가슴뛰는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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