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그래서 나도 주절주절 쓰련다.
낮에 문득 혼자 있는데 몇칠전에 본 다큐가 생각났다.
수도자의 삶에 대해 나온 것이였다.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는
탁발 수도회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도회로 알고 있다.
그곳에서 생활하시는 수사님들 신부님들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였다.

난 지금 불교를 믿고 있지만 얼마전만 해도
세례까지 받은 가톨릭 신자였다.
중2때 세례를 받고 아직 견진성사는 받지 않은 상태다.
냉담자가 된지 10년 정도 되었다.

내가 세례를 받으며 기도 올린 것이 있다.
하얀 미사포 속에 나는 오로지 내 온몸을 받쳐
수녀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그 당시 나름 공부도 잘 했기에 의사 수녀가 되기로
하늘과 약속하였다.

하지만 난 수녀의 길을 가지 않았다.
수도자들을 곁에서 지켜 본 결과 그들도 그냥 인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시절 혼란스러웠다.
내 자신이 너무도 어려서 그랬던 것일까?
아님 너무도 깊이 알아서일까?
내가 수도자가 된다면 이라는 그림이 도무지 그려지지 않았다.
28살까지만 받아 준다던 수도회가 있었다.
내가 참으로 가고싶었던 수도회...
하지만 내가 28살이 되었을때 난 수도원으로 발길을 향할 수 없었다.
내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였다.

지금도 가끔 내가 수도자가 된다면 하고 생각을 해 본다.
긴 머리를 감추는 벨로를 쓰고 정갈하게 화장기 없는
얼굴로 속에서는 어떤 갈등들을 하며 살아갈까??

그 다큐안에 한 수사가 말했다.
자기 것은 없는 인생이라고
공동체안 삶에서 생기는 물질들은 다시 필요로 하는 곳에 주고
자신은 소유하지 않는다고..
스님들의 무소유와 다를바가 없었다.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한 없이 욕심있는 나는 결코 할 수 없는 생활들이다.
내 자신이 속세를 버리지 못하는 한 힘든 생활이다.

하나씩 버리는 연습을 해야한다.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야 이 세상을 살기가 편할 수 있다.
과욕은 마음의 불행만 불러 온다.

나는 왜 그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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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슴뛰는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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