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3. 01:44 단상
나와 너희들의 사춘기
한창 예민한 아이들...
종종 나와도 트러블이 일어나지만 특히나 수학 선생님과의 트러블이 많다.
유독 감정의 급 변화를 보이는 소녀 두명이 있다.
이 녀석들은 남자친구까지 생겨 그 풋풋한 사랑에 빠져서 당장 내일이 시험인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금방 웃었다가 금방 토라지고...농익은 사춘기에 접어든 것이다.
아까도 시험에 나올만한 것을 이야기 하고 돌아 서서 질문을 받는 그 순간에
두 녀석들은 자기 자리도 이탈한채 조용히 뭔가를 글로 주고 받는다.
매번 넘어가 주었지만 오늘만큼은 용서 하지 못하겠다.
글을 쓴 것같은 시험지를 들고 나오라고 했다.
둘이 요점 정리를 해주고 있단다.
내가 고런 거짓말에 속을 것인가?? 아니다. ^^
그래서 어떤 시험지부터 보는지 보자고 들고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 글로 주고 받은 대화 부분을 냅다 찾아서 정신이 있냐고 한마디 했다.
당장 내일이 시험이고 한학기도 아닌 일년치 분량을 언제 다 볼 것이냐고 난리를 쳤다.
그리고 공부가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일장 연설을 늘어 놓기 시작 했다.
버럭~화는 냈지만 화만 낸다고 해결 될 문제는 아닌것 같았다.
공부 하기 싫냐고 물어 본 물음에는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볼때는 공부는 하려고 하는데 자꾸만 다른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시험지에도 지들 남자친구들 언제 만나서 뭐 할것인지 그런거나 작어 놓았으니..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은 좋다.
적극 추천이다. 나이에 맞는 사랑을 경험은 살아가는데 무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이 더 중요하고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미숙하다. 하고싶은 것만 한다.
그래 아직은 경험 없는 아이들이니까 그렇다.
그래서 난 화를 누르고 온화하게 말투를 고쳤다.
그리고...
" 너희들은 내가 평상시 말한대로 사춘기를 겪는 모양이야.
그냥 몸만 크는게 아니라 제일 중요한 정신이 크는 중인거 같아.
특히나 여기 있는 친구들 중에 너희 둘이 제일 그 성장의 속도가 빠른 듯하다.
아마도 너희 둘이 제일 빨리 어른이 될 것 같구나.
근데 너희 요즘 내 스스로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내 스스로가 이해 안가지??"
" 네....(그러면서 깜짝 놀란다.)"
" 화 내고 내가 왜그랬을까 후회하고...어제 수학 선생님하고의 사건도 분명 너희가 후회 했을 꺼야."
" 네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웃음..)"
" 나도 그랬어. 그게 바로 감정의 격동기가 시작 된거야.
이제까지 겪어 보지 못한 감정을 배우는 시기야.
그리고 그 감정을 어떻게 스스로 조절하는지 터득하는 시기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어떤 어른이 될지 달렸어.
이때 감정 조절 하는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형편 없는 어른이 될 수도 있어.
사람은 하고 싶은 것만 다하고는 못살잖아. 안타깝게...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것도 참고 견뎌 내야 하기도 해
그래야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거든..."
" 나도 어릴때 속은 어찌나 내성 적이였는지...
괜히 어른들한테 짜증내고 화내 놓고 미안한적이 많았어.
내가 그때 미쳤구나 라는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나서 그들이 그때 내 마음이 진심이아니라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했어.
그런데 이거 쑥스러워서 말은 못하겠는거야.
그래서 편지를 썼어. 그래서 내 마음을 전해드리기도 했단다.
너희도 부모님이나 선생님들 한테 안그러고 시은데 그런 말들이 올라 올때가 있을거야
그때 바로 죄송합니다. 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진심을 정말 전하고 싶다면 편지를쓰는 것도 좋겠어.
서로 오해 하지않게 말이야.
언제나 고민이 있음 속이 답답할때 선생님 찾아와.
다 들어줄게. 난 너희가 정말 힘들게 보내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너희끼리 속내를 털어 놓는 것도 좋지만 때론 그래도 몇년 더 산 내가
뭔가 해결 책을 내어 줄 수도 있을 꺼야 아님 정말 속마음만 털어 놓아도 시원할꺼구.
중요한것은 감정을 조절하고 지금은 내가 먼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판단하는거야.
그렇게 할 꺼라는 거 난 믿어 ~!!"
그렇게이야기를 하고 난 다른 반으로 떠났다.
다른 아이들에 의하면 그 아이들 내가 나가고 울었단다.
감동했다고 무엇에 감동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될만한 인생을 살지도 않았다.
그리고 도덕적이지도 못하다.
삶에 대해 충고는 더 힘들다.
단지 내가 보냈던 어린시절을 난 어떻게 보냈는지 말하고싶었다.
그게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되리라.
이래라 저래라는 그저 잔소리만 될 뿐이다.
누구나 어른이 되기 전에 겪어 봤던 그 시절을 늘 간직했다가
힘들어 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큰 도뭉이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을 잃은 아이들에게 길잡이는 필요한 법이니..
어떤 다른 색깔을 심는것은 절대 금하고 순수한 그 모습 그대로 자신만의 색을 찾아 가도록
인도하는 것이 부모가 그리고 교사가 어른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문득...아이들과 이야기를 한 것을 떠올리니 나의 사춘기 시절이 떠오른다.
나도 그리 순탄하게 보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가출을 하거나 그런일은 없었다.
공부도 그럭저럭 하고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주체하지 못하여 늘 주위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중학교 시절 어느날 난 내 대모 대부의 집(가톨릭 세례 부모)에 커다란 감나무 밭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고
엉엉 울다 지쳐 과수원 앞쪽에 있는 방죽에 핀 연꽃을 보고 울음을 그친적이 생각난다.
무엇때문에 그리 서럽게 울었는지 모르겠지만...한번씩 그곳에서 울었던 거 같다.
내 안에 열정과 분노가 가득차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하지 못하여 참 그랬던거 같다.
그 분노는 때론 광기처럼 움직여 물건이박살 나기도 했고 표독스런 얼굴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열정은 그때 배운 그림이나 무용 노래 이런대로 다 쏟아 냈던거 같다.
그러고 보면 나도 무지하게 예민했다.
고등학교때는 좀 탈선비스무리하게 갈라다가 스스로 맘도 잡고 했으니..
그때 쓴 일기들 좀 뒤져서 하나씩 올려 보는 것도 퍽 재밌겠다.
유치하겠지만...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
예쁘고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늘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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