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예민한 아이들...
종종 나와도 트러블이 일어나지만 특히나 수학 선생님과의 트러블이 많다.
유독 감정의 급 변화를 보이는 소녀 두명이 있다.
이 녀석들은 남자친구까지 생겨 그 풋풋한 사랑에 빠져서 당장 내일이 시험인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금방  웃었다가 금방 토라지고...농익은 사춘기에 접어든 것이다.

아까도 시험에 나올만한 것을 이야기 하고 돌아 서서 질문을 받는 그 순간에
두 녀석들은 자기 자리도 이탈한채 조용히 뭔가를 글로 주고 받는다.
매번 넘어가 주었지만 오늘만큼은 용서 하지 못하겠다.
글을 쓴 것같은 시험지를 들고 나오라고 했다.
둘이 요점 정리를 해주고 있단다.
내가 고런 거짓말에 속을 것인가?? 아니다. ^^
그래서 어떤 시험지부터 보는지 보자고 들고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 글로 주고 받은 대화 부분을 냅다 찾아서 정신이 있냐고 한마디 했다.
당장 내일이 시험이고 한학기도 아닌 일년치 분량을 언제 다 볼 것이냐고 난리를 쳤다.
그리고 공부가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일장 연설을 늘어 놓기 시작 했다.
버럭~화는 냈지만 화만 낸다고 해결 될 문제는 아닌것 같았다.
공부 하기 싫냐고 물어 본 물음에는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볼때는 공부는 하려고 하는데 자꾸만 다른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시험지에도 지들 남자친구들 언제 만나서 뭐 할것인지 그런거나 작어 놓았으니..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은 좋다.
적극 추천이다. 나이에 맞는 사랑을 경험은 살아가는데 무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이 더 중요하고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미숙하다. 하고싶은 것만 한다.
그래 아직은 경험 없는 아이들이니까 그렇다.
그래서 난 화를 누르고 온화하게 말투를 고쳤다.
그리고...
" 너희들은 내가 평상시 말한대로 사춘기를 겪는 모양이야.
  그냥 몸만 크는게 아니라 제일 중요한 정신이 크는 중인거 같아.
  특히나 여기 있는 친구들 중에 너희 둘이 제일 그 성장의 속도가 빠른 듯하다.
  아마도 너희 둘이 제일 빨리 어른이 될 것 같구나.
  근데 너희 요즘 내 스스로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내 스스로가 이해 안가지??"
" 네....(그러면서 깜짝 놀란다.)"
" 화 내고 내가 왜그랬을까 후회하고...어제 수학 선생님하고의 사건도 분명 너희가 후회 했을 꺼야."
" 네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웃음..)"
" 나도 그랬어. 그게 바로 감정의 격동기가 시작 된거야.
  이제까지 겪어 보지 못한 감정을 배우는 시기야.
  그리고 그 감정을 어떻게 스스로 조절하는지 터득하는 시기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어떤 어른이 될지 달렸어.
  이때 감정 조절 하는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형편 없는 어른이 될 수도 있어.
  사람은 하고 싶은 것만 다하고는 못살잖아. 안타깝게...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것도 참고 견뎌 내야 하기도 해
  그래야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거든..."
" 나도 어릴때 속은 어찌나 내성 적이였는지...
  괜히 어른들한테 짜증내고 화내 놓고 미안한적이 많았어.
  내가 그때 미쳤구나 라는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나서 그들이 그때 내 마음이 진심이아니라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했어.
  그런데 이거 쑥스러워서 말은 못하겠는거야.
  그래서 편지를 썼어. 그래서 내 마음을 전해드리기도 했단다.
  너희도 부모님이나 선생님들 한테 안그러고 시은데 그런 말들이 올라 올때가 있을거야
  그때 바로 죄송합니다. 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진심을 정말 전하고 싶다면 편지를쓰는 것도 좋겠어.
  서로 오해 하지않게 말이야.
  언제나 고민이 있음 속이 답답할때 선생님 찾아와.
  다 들어줄게. 난 너희가 정말 힘들게 보내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너희끼리 속내를 털어 놓는 것도 좋지만 때론 그래도 몇년 더 산 내가
  뭔가 해결 책을 내어 줄 수도 있을 꺼야 아님 정말 속마음만 털어 놓아도 시원할꺼구.
  중요한것은 감정을 조절하고 지금은 내가 먼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판단하는거야.
  그렇게 할 꺼라는 거 난 믿어 ~!!"

그렇게이야기를 하고 난 다른 반으로 떠났다.
다른 아이들에 의하면 그 아이들 내가 나가고 울었단다.
감동했다고 무엇에 감동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될만한 인생을 살지도 않았다.
그리고 도덕적이지도 못하다.
삶에 대해 충고는 더 힘들다.
단지 내가 보냈던 어린시절을 난 어떻게 보냈는지 말하고싶었다.
그게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되리라.
이래라 저래라는 그저 잔소리만 될 뿐이다.
누구나 어른이 되기 전에 겪어 봤던 그 시절을 늘 간직했다가
힘들어 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큰 도뭉이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을 잃은 아이들에게 길잡이는 필요한 법이니..
어떤 다른 색깔을 심는것은 절대 금하고 순수한 그 모습 그대로 자신만의 색을 찾아 가도록
인도하는 것이 부모가 그리고 교사가 어른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문득...아이들과 이야기를 한 것을 떠올리니 나의 사춘기 시절이 떠오른다.
나도 그리 순탄하게 보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가출을 하거나 그런일은 없었다.
공부도 그럭저럭 하고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주체하지 못하여 늘 주위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중학교 시절 어느날 난 내 대모 대부의 집(가톨릭 세례 부모)에 커다란 감나무 밭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고
엉엉 울다 지쳐 과수원 앞쪽에 있는 방죽에 핀 연꽃을 보고 울음을 그친적이 생각난다.
무엇때문에 그리 서럽게 울었는지 모르겠지만...한번씩 그곳에서 울었던 거 같다.
내 안에 열정과 분노가 가득차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하지 못하여 참 그랬던거 같다.
그 분노는 때론 광기처럼 움직여 물건이박살 나기도 했고 표독스런 얼굴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열정은 그때 배운 그림이나 무용 노래 이런대로 다 쏟아 냈던거 같다.
그러고 보면 나도 무지하게 예민했다.
고등학교때는 좀 탈선비스무리하게 갈라다가 스스로 맘도 잡고 했으니..
그때 쓴 일기들 좀 뒤져서 하나씩 올려 보는 것도 퍽 재밌겠다.
유치하겠지만...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
예쁘고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늘 빈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시를 먹으며..  (22) 2008.12.22
오랫만에 갔었던 당구장  (14) 2008.12.19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끊어지는 관계들도 있다.  (12) 2008.11.18
  (17) 2008.10.01
상투쿠키에 대한 기억  (4) 2008.09.02
Posted by 가슴뛰는삶

블로그 이미지
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 - 양귀자의 모순 중 -
가슴뛰는삶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