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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8 오랫만에 느껴 본 감정 9

창문도 꼭꼭 닫고 두꺼운 커튼까지 바짝 쳐 놓았지만 초겨울 찬바람은 무서운 기세로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방안의 따스한 온기에 취해 거의 지칠듯 TV에 몰두하다 불을 끄고 귀에는 바람소리를 막기위해 이어폰을 꽂았다.
백수 생활 한 달이 되어서 오래전에 잊었던 여리디 여린 감수성이 깊은 곳에서  희뿌옇게 흐른다.
그냥 아무 연관도 없는 노래이건만 눈물 한 줄기가 흘렀다.
얼마만에 이렇게 그 어떤 것에 방해 현 감정에 충실했나싶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자고 지낸 덕인듯싶다.
그러고나니 참 순수해지는 느낌이다.
20대도 아닌 10대 때나 느껴본 그런 단순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느낌이 어찌나 반가운지 글까지 남기고 있다.
여전히 고집센 황소 바람이 불지만 방바닥의 따스함이 가슴에 가득찬듯 편안하다.
지금 내 상태가 참 어둡기만 한데도 이렇게 기쁠 수가 있다니....
아까 까지만 해도 머리속에는 앞으로 할일에 대한 걱정을 하며 내가 가야할 곳 몇군대를 맘속으로 재보기도 했고
밖에 세워 둔 붕붕이가 오늘 온 첫눈을 맞고 강추위에 얼진 않을까??
앞으로 내가 받은 알량한 퇴직금으로 몇달을 놀고 먹을 수 있으리 정말 현실적인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불을 끄고 음악 몇 곡을 듣는 순간 그런 고민이 언제 사라진지도 모를 정도로 머리가 깨끗해진 느낌이다.

지금 내 방에 있는 불빛이라고는 이 노트북 불빛 밖에 없지만 잠시만 눈을 감으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내가 이제껏 나를 너무 학대하고 다그친게 분명하다.
정해져 있는 틀에 맞추어 지내도록 그토록 단련을 시켰는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런 기분을 뭐라고 말로 표현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느낌 나이가 더 들어서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세상이 각박해진다고 나도 따라갈 필요는 없으니까...
내일은 나를 위한 좋은 음악들을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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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슴뛰는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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