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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21. 01:29

오두막 편지 -법정-

사람과 사람 사이

무료하고 심심하니까 그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친구를 찾는다면 그건 '우정'일 수 없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 찾는 친구는 좋은 친구가 아니다. 시간을 살리기 위해 만나는 친구야말로 믿을 수 있는 좋은 친구 사이다.
친구 사이에 만남에는 서로 영혼의 메아리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한다.
너무 자주 만나게 되면 상호간에 그 무게를 축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의 그림자처럼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좋은 친구일 것이다.
만남에는 그리움이 따라야한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이내 시들해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기쁜일이 있을 때, 혹은 가장 고통스러울 때, 그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좋은 인간관계다.
진정한 친구란 두 개의 육체에 깃들인 하나의 영혼이란 말이 있다.
그런 친구 사이는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지라도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척에 살면서도 일체감을 함께 누릴 수 없다면 그건 진정한 친구일 수 없다.
사랑이 맹목적일 때, 즉 사랑이 한 존재의 전체를 보지 못하는 동안에는 관계의 근원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중략-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런 시구가 있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

사람한테서 하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생각과 영혼에 공감대가 없으면 인간 관계가 투명하고 살뜰해질 수 없다.
따라서 공통적인 지적 관심사가 전제되어야 한다.
모처럼 친구끼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공통적인 지적 관심사가 없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빛을 잃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만이 지적 관심사를 지닐 수 있다.
  -이하생략-

법정스님의 산문집이다. 예전에 읽었던 부분에서 좋았던 부분을 남긴다.
남기며 또 생각에 잠긴다.
친구를 사귀는 것이나 연인을 사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때도 지칠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을 생각하면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기도 하고 눈물이 날때도 있고 시름에 잠기기도 하며 고뇌에 빠지기도 한다. 나는 내 친구들에게 어떤 친구들일까?
위에 있는 말들 백번 공감이 가고 항상 친구나 연인은 저런 상태에 있어야한다고 생각해 왔다.
난 그들에게 시간을 때우기 위한 친구인지 시간을 살리기 위해 만나는 친구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얼마나 공감하고 있고 공통의 관심사들이 잘 맞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나에게 하늘 냄새가 나도록 노력하겠고 더 많은 공통점들을 갖기 위해 나는 오늘도 탐구에 들어가야겠다.

난 당신들에게 무엇과 같은 존재입니까?
내가 그립기나 할까요? 보고싶나요?


Posted by 가슴뛰는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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