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3. 00:42 영화

박쥐를 보고

출처-다음


내가 너무 기대를 크게 한 탓일가?? 영화의 예고편도 삼가하고 관련 글들도 애써 보지 않았다. 그리고 토요일에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오늘 우연히 독립영화를 만드신 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분은 자신이 어떻게 느꼈다라는 이야기는 꺼내시지 않았다. 대신 언론이나 평론가의 반응이 어떠하더라 라는 이야기만 하더라. 아마도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 섣불리 평가 내리기는 조심스러운 입장이기에 그런듯했다. 박찬욱의 최고의 작품은 '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아까 영화 하시는 그 분도 주변인들도 극찬을 했다. 난 그 작품을 띄엄띄엄 봐서 담에 시간 내서 꼭 보아야겠다. 박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글을 쓰다보니 또다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영화의 미장센은 ' 역시 박찬욱의 영화이다' 라는 느낌이 있었다. '올드보이', ' 친절한 금자씨' 에서 볼 수 있듯 소품이며 배경이 아주 훌륭하다. 시대를 알 수 없는 한복집이며 그 위에 태주가 살고 있는 집은 어찌 보면 언발런스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을 그 집에 모아두고 어울리게끔 하는 그런 훌륭한 공간으로 변모를 하고 있었다. 무엇 보다 화려한 것은 태주(김옥빈)의 의상이다. 어디서 파는 옷인지 알 수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사고야말테다. 그 의상들도 점점 변하는 김옥빈을 잘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상현(송강호)을 처음 병원으로 만나러 가는 길에 입은 원피스는 아직은 정숙함을 표현하고 싶은 그 모습을 단정히 묶은 머리와 잘 매치 되었다. 그녀가 점점 나락 속으로 떨어질때 의상도 점점 화려해지고 아름다워진다. 하늘하늘 하기 그지 없다. 영악한 악녀를 표현하기에 딱이다. 서양에서는 늘 악녀를 표현할때 빨강 타이트한 드레스를 입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대조적으로 눈이 시릴정도의 파랑색 원피스로 태주의 핏기 없는  얼굴을 표현하는게 더욱 강렬해 보이는듯했다. (너무 옷 이야기만 하고 있었군) 마작을 하며 와인과 보트카를 마시고 1950년대나 그 보다 더 옛날에 나왔을 것이라고 추정 되는 배경 음악들...엘피판...모든것이 뒤엉켜 커다란 덩어리를 이루지만 부조화스럽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는 그런 묘한 볼거리들이 최고였다고 말하고싶다.

하지만 박쥐라는 이번 영화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게 무엇이였을까?? 바로 이것이 영화를 본 우리들의 과제인 것이다. 뭐 구지 해석하려하고 따지려들고 하는것이 우습지만 박찬욱은 늘 우리가 그 해답을 찾고 마음대로 상상하도록 해 놓았다. 그래서 난 늘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세번이고 네번이고 여섯번이고 반복해서 본다. 그렇게 본다고 해서 지루한 것도 아니다 느끼는 것이 늘 달라지고 깨달게 되는 것도 점점 많아지는 것이다. 아마도 난 이번 작품도 여러번을 반복해야 영화에 대한 감상을 속시원하게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 번 본 영화 감상은 지극히 얕은 수준이지만 잊지 않기 위해 글로 남긴다. 일단....이 작품의 영어 제목은 " Thirst" 갈증이다. 욕망에 대한 갈증이 주제를 이룬다 하겠다. 수도자의 길을 걷던 상현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해 친구의 아내를 탐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힘겨워 하며 갈등한다. 하지만 태주는 자신의 욕망을 마음것 내지르며 악녀로 가듭난다. 태주가 그렇게 된 이유는 그녀가 자란 환경 탓이였을까?? 아님 본능이였을까?? 무능하고 나약한 남편 때문에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시어머니의 연인과 맺지 못할 관계를 맺은듯하다. 그러다가 상현을 만나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빠지게 된다. 어릴적 부터 그 집에 자주 왔었던 상현은 유일하게 코찔찔이 지금의 남편으로 부터 태주 자신을 해방 시킬 수 있는 존재로 계산 되어 졌고 더군다나 순결한 신부이지 않는가?? 유혹하기에 딱인샘...순진한 신부를 몸으로 유인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악녀만이 할 수 있는 악날한 연극으로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 간다. 처음에는 상현에게 가진 감정이 사랑이 아니였다는 것이다. 이용의 도구에 불과 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그녀가 꿈꾸던 탈출의 갈증을 풀어 가고 상현은 그녀 덕에 욕정의 갈증을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갈증을 채우면 채울 수록 갈증의 잔은 커지는 법...태주는 상현 말고도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과도 하룻나절 다섯번의 섹스를 하지만 공허한 표정이다. 갈증을 채우려는 욕망과 죄책감들에 시달리는 모습들에서 두 주인공의 갈등이 재미난 모습들로 그려진다.죽은  남편이 서로의 욕정을 채우는 그 중간에 샌드위치처럼 끼워져 있는 모습은 실제로 보고 그 기분을 느끼는 것이 좋을듯...신하균만큼 그 표정연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없을듯하다. 아직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김해숙의 표정 연기도 정말 압권이다. 머리까지 단발로 잘라서 그 표정이 더욱 돋보이는듯 했다.
하지만 스토리가 뭔가 허전하다 결말도 그렇고 근데 더 이상한 것은 이런 스토리 안에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게 점점 많아 진다는 것이다. 종교에 관한 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요즘 글을 쓰기 싫어서 계속 미루고 있다가 어제부터 영화 본 것을 정리하는데 아우...요 부분은 생각나는대로 도 글을 덧붙여 쓸 계획임..)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늘 불편 했던 사람은 보지마시길....괜히 욕 나올 수도 있으니...헐리우드만큼 피가 낭자한 것은 아닌데, 뭐 좀그렇다. 영화를 보는 나도 손이 목을 감싸쥐기도 하고 인상을 좀 많이 썼다. 피를 어찌나 탐욕스럽게들 빠는지..그만큼 충실하게 연기를 했다는 증거겠지...베드신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실망하실듯...그라고 송강호씨 성기 노출때문에 영화를 보겠다는 분들도 삼가 하시길...필요한 장면이였으나 그리 호들갑 떨 그런게 절대 아님. 그 정도 베드신은 남녀 관계에  열정을 가진 분이라면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 자신도 만들 수 있다 생각함. 제발 그런 것에 현혹 되어서 영화 보고 욕하지 마시라 이런 뜻입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우시절  (6) 2009.10.30
애자  (10) 2009.10.09
기대 되는 박찬욱의 새 영화  (34) 2009.04.23
미인도  (12) 2008.12.14
Red Violin  (8) 2008.09.25
Posted by 가슴뛰는삶

블로그 이미지
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 - 양귀자의 모순 중 -
가슴뛰는삶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