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글을 너무 쓰고싶지 않지만 답답해서 어쩔 수가 없는거 같다.
우울에 모터를 달았는지 모르겠지만 가속도로 추락을 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어떤 남자 아이가 있다.
그 아이가 생활이 많이 엉망이 되어 간다.
숙제를 거의 두달을 안하고 있다.
매번 혼이 나도 고쳐지지 않아 오늘은 한시간 내내 벌을 세웠다.
뻘뻘 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려도 냉정하게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마음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남겨서 오늘 못한 수업 부분 보충이며 영어 본문도 다 외우고
단어도 다 외우고 받아쓰기까지 보게 만들었다.
뭐...워낙 잘하는 아이라 백점을 받았지만...

그냥 장난으로 물어 봤다.
요즘 왜이리 말을 않듣고 속상하게 하냐고..
아이가 집에 그런 일이 있단다.
그래서 좀 진지하게 아이를 데리고 나가
사무실 쇼파에 앉혔다.
그리고 정말 무슨일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나도 너무 놀라 아이를 품에 안고 일단 진정을 시켰다.
현재 집에 아빠랑만 지낸다는 말을 아이를 통해 들었다.
대강 어떤 상황인지 빠르게 판단이 되었다.
아무도 돌봐 주지 않아 넋놓고 이 아이는 집에 있는 것이다.
아빠는 늦게 오셔서 홀로 밥을 먹어야 하지만
아무것도 할 줄 몰라 그냥 있단다.
그리고 계속 운다.
실컷 울게 두었다.
평소 엄청 까불고 잘 웃고 하길래 전혀 몰랐다.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난 우는 아이를 달래면서 강해져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숙제도 스스로 챙겨서 하고 밥도 혼자 잘 챙겨 먹어야 한다고...
전교 일등은 아니지만 디음에 부보님께 부끄럽지 않을 마음이 들게는
공부도 해야한다고 일렀다.
솟구쳐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선생님도 그렇게 살아 봤는데 지나니까 아무일도 아니라고 이야기도 해줬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맛있게 먹을 간단 요리를 알려 주었다.
아이의 눈물을 훔쳐 주기 위해 휴지를 가지러 갔다.
휴지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누에 눈물이 맺혀 버렸다.
아이에게 얼른 휴지를 쥐어 주고 뒤돌아서 눈물을 닦았다.

괜한 상처를 내가 들추게 된게 아닌가 하루종일 신경쓰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그 아이에게 가르쳐 준 간단 요리를 나도 해먹으면서
홀로 밥을 먹고 있을 아이를 떠올렸다.

인생은 그렇다.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고독과의 싸움이다.
간간히 스쳐지나가 만나는 동반자들이 있지만
내면의 세계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고 혼자인 것이다.
사는게 다 그런 것이다.
덧 없고 쓸쓸하기 짝이 없다.

월요일부터 계속 되는 이 기분 나쁜 감성을 떨쳐버리고 싶지만
늪에 빠진 것처럼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더 깊이 빠지기만 하고 있다.

게다가 잠시 본 영화도 어찌나 우울한지..
세계2차대전이 배경이 우울한 시대의 영화인데..
작품은 참 좋았다.
그러나 내용이 참...
집시남자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어른거린다.

엄마와의 통화...
어제 내가 브라질에 전화 한 것을 보고 드렸다.
목소리만 들어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 눈치 짱인 엄마가
기분이 별로 냐고 묻는다.
그래서 그냥 그렇다고 이야기 했다.
최근 엄마의 생활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도 참 우울했다.

누구나 고민이 한가지씩 있기 마련..
이 급 우울 모드에서 벗어나야 할 방도를 찾아봐야겠다.

주말이 온다.
멍청히 또 혼자 청승 떨지말고 뭔가 해야겠다.
안그럼 돌아 버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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