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코비의 <유형수들의 휴식>,
19세기말~20세기초 러시아 대표작 ‘한눈에’
사회변혁 꿈꾸며 민중 삶으로 뛰어든 화가들
‘리얼리즘’ 성찬에 칸딘스키 추상 4점은 ‘덤’

아이바조프스키, 보그다노프-벨스키, 바스네초프, 먀소예도프, 페로프, 수리코프, 크람스코이, 레핀….

금시초문이라고 부끄러워 말라. 아직 우리가 만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스키’ ‘프’자 돌림이니 물론 러시아인.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러시아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고골, 체호프,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문인들과 비슷하게 러시아 제정 말기 혁명전야를 살았다.

러시아 문학은 1920년대 이후 일본 유학파에 의해 국내에 소개된 반면 러시아 화가들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미술인들이 배운 것이라야 유럽 야수파, 인상파에 국한됐다. 1990년 러시아와의 수교 이후도 마찬가지. 냉전시대를 건너 한국을 찾아온 한-러 수교 5돌 기념전은 칸딘스키, 말레비치처럼 서유럽 미술사에 편입된 아방가르드 유파가 주인공이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02-525-3321)에서 내년 2월27일까지 열리는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은 딱하게도 칸딘스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미술사를 훑는 91점의 끄트머리에 달랑(?) 넉 점만을 소개하고 있는데도…. 이해할 만하다. 한국인에게 러시아 미술은 칸딘스키 외에는 전인미답이기 때문.

» 위 왼쪽은 칸딘스키의 <블루 크레스트>, 오른쪽은 보그다노프-벨스키의 <암산>, 아래는 킵셴코의 <농가의 깃털 작업장>.
이 전시회는 사회변혁을 꿈꾸며 치열하게 살아간 화가들의 세계를 들춰봄으로써 러시아 혁명전야를 통째 복원해 볼 수 있으며, 한때 ‘브나로드’(인민 속으로)를 외치며 농촌으로 스며들었던 식민지 조선 문인들의 마음 풍경을 엿볼 기회다.

전시의 중심은 1870년 먀소예도프, 페로프, 사브라소프, 크람스코이 등이 세운 ‘이동예술전협회’ 회원들. 졸업작품의 주제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시로는 반역적인 주장과 함께 왕립 페테르부르크미술아카데미를 자퇴한 이들은 ‘미술이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는 취지로 이동예술전협회를 결성해 전국을 누비며 전시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정부 후원 없이 오랫동안 큰 큐모로 존속하며 인민들과 교감했다. 1880년 레핀, 수리코프 등 2세대 작가들이 가세하면서 인상파의 빛과 색, 외광의 눈부심을 수용하면서 미술계 주류를 형성하게 된다. 이들의 구호는 미술판 브나로드인 “미술을 인민에게”.


이들이 즐겨 그린 소재는 혁명전야의 실상.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유형지에서 갓 돌아온 언니와 겁을 먹고 경계하는 동생들의 눈초리를 통해 시대상을 드러낸다. 먀소예도프의 ‘지방자치회의 점심식사’는 허름한 농민들이 의회 담벼락에 기대 허기를 끄는 반면 실내에서는 지주들이 포도주를 곁들인 성찬을 즐기는 순간을 잡아 지방자치회가 허울임을 폭로한다. ‘유형수들의 휴식’(야코비), ‘익사한 여인’(페로프), ‘볼가강의 배 끄는 인부들’(레핀), ‘임시숙소’(마코프스키), ‘노부모의 상경’(레베데프), ‘농가의 깃털 작업장’(키브셴코), ‘암산’(보그다노프-벨스키), ‘방앗간 주인’(크람스코이) 등도 가슴을 울린다.

또 다른 중심은 기업인 후원자. 91점 가운데 41점은 국립트레티야코프미술관에서 온 것으로, 트레티야코프미술관을 세운 부유한 상공인이자 미술애호가인 미하일로비치 트레티야코프(1832~1898)의 콜렉션이다. 크레티야코프는 “돈을 벌게 해준 사회에 유용한 시설을 남겨 환원하고 싶다”며 미술품을 사들였다. 그는 구두쇠였지만 마음에 드는 그림이면 아무리 비싸도 돈주머니를 털었다. 평소 누구한테나 콜렉션을 무료로 개방했던 그는 죽기 6년 전 40년동안 수집한 3천여점의 작품을 모스크바시에 기증하고 큐레이터를 겸직했다.

또다른 후원자는 철도왕 마몬토프(1841-1918). 예술가이기도 한 그는 1870년 모스크바 근교 자작나무 숲에 자리한 아브람체보 영지를 구입해 예술가 마을을 만들었다. 이 공동체에서 레핀, 바스네초프, 수리코프, 세로프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뒷바라지했다. 마몬토프의 조카 ‘타티야나 마몬토바의 초상’(레핀)이 그 증거. 아내를 관장으로 앉히고 생색을 내는 우리나라 기업인들과 대비된다.

이밖에 작가 마이코프,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고골,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등의 초상은 당대 지식인들의 네트워크를 잘 보여주며, 풍속화, 풍경화에서는 작가들의 조국애가 흠씬 묻어난다. 리얼리즘 회화가 너무 강렬한 탓인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작품은 오히려 덤처럼 느껴진다.

부나비처럼 유행을 따라다니는 한국 미술판에 ‘러시아 거장전’은 신선한 충격이다. 관객이 얼마나 들지 주목거리.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한겨레신문에서 퍼와서 글이 짤렸다. 그냥 두련다.
그림만 봐야겠다.
근데 언제 보나??
에술의 전당 꼭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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